홋카이도 3일차 - 온천부터 비에이까지
여느때처럼 느긋하게 준비한 뒤 숙소를 빠져나왔다. 이번 여행을 결심한 계기가 된 것은 비에이와 온천이었는데. 비에이는 오늘 가고. 온천은 사실 가고 싶었던 곳의 예약이 꽉 차서 아쉬워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전 날 자기전에 온천 숙박업소의 웹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1인실의 경우 평일 오전엔 예약이 잘 없고 가면 거의 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씨코스호를 떠나 북쪽으로 향하기 전에 온천에 들렀다.
예상대로 차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없었고. 여유롭게 개인실을 2시간 빌릴 수 있었다. 가격은 4,500엔으로 대략 5만원 정도였지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따듯한 물 속에서 씨코스호의 겨울을 보며 온천을 할 수 있었던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온천수는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듣기로 좋은 물은 약간 미끈미끈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 온천수도 그래서 신기했다. 2시간을 모두 온천수 안에서 있다가. 비에이로 향했다.
첫 해외여행때는 여행책에 굉장히 의존했다. 가고싶은 곳이 있는 페이지들에 포스트잇을 잔뜩 붙이고 항시 휴대하며 다녔었는데. 지금은 로밍을 하고. 구글맵을 보고 다닌다. 그러다 보니 종종 여행객에 최적화되지 않은 장소를 방문하게 되는데. 그런 상황에서 발생하는 헤프닝들이 단조로울 수 있는 여행을 매우 흥미롭게 만들었다.
아래 카페에서 직원분이 나에게 수줍게 한국말로 한국 여행도 갔었고 한국 좋아한다고 이야기해주셨을 때. 느꼈던 낮간지러움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야기를 듣다 테이크아웃 하고 카페를 빠져나왔는데. 다른 장소로 이동하다 그 때가 생각이 나서 피식했었다. 누가 알려주었거나 블로그만 맹신했던 예전에 이런 일들은 드물었고 오히려 실망했던 적이 많았다.
홋카이도 2일차 - 본격적인 눈길 주행
홋카이도의 식당들은 대부분 오전 10시 이후에 문을 연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 여행 계획을 세웠다.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그런 행동이 멋진 풍경을 보는 보상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절반 정도는 섣부른 계획으로 비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정말 필요할 때 빼고는 아침을 여유있게 보내곤 한다. 숙소 안에서도 시설을 이용한다거나 안내문을 읽다 보면 모르는 것도 알게 되고 행사도 참여할 수 있게 되는 등 재미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시코쓰호 먼저 들르기로 했다.
여긴 원래 여름에 시코쓰호 페리를 탈 수 있는 부둣가인데 겨울이어서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 얼음 조각 축제를 하고 있었는데. 굳이 보고 싶지 않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곳까지만 들어갔다 나왔다.
점심을 떼우러 시코쓰호의 북동쪽 산 너머에 있는 치토세로 향했다. 지방도로라 전혀 제설이 되어있지 않은 눈길이었는데 스노우타이어라 전혀 미끄러지거나 하는 등의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 오히려 현지 사람들은 나보다 더 빠르게 차를 몰았고 운전에 있어 중요한 것은 흐름을 깨트리지 않아야 하는것이라 생각했던 나도 그 흐름에 끼어들었다. 물론 과속을 심각하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도로는 2차선이지만 중간중간 차를 잠깐 대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그런 공간이 나올때 마다 차를 잠깐 대놓고 카메라를 꺼내 풍경들을 담았다.
난 관광지 주변 알려진 음식점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재미도 없고 생각보다 맛도 기대만큼이 아니었던 것이 그 이유이다. 불필요한 고집일지 모르겠으나 한글 메뉴판이 별로 달갑지 않다.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겨우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이지만 메뉴판을 보고 더듬더듬 메뉴를 고르고 주문을 잘 했을때 더 보람있고 기억에 남는다. 치토세시에 있는 르타오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유명해서 카페베네만큼 오타루 시내를 차지하고 있던 브랜드라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조용하고 맛도 좋았다.
오믈렛과 치즈 케이크를 시켰는데 역시나 너무 맛있었다. 오른쪽 그릇에 장국을 주었는데 은근 잘 어울렸다. 디저트 가게가 점심식사까지 제공하니까 하나도 부족할 것이 없어 보였다. 점심은 그냥 여기 오면 될듯. 식사를 마치고 근처에 있는 ‘노던 호스파크’ 란 곳을 찾았다. 말을 사육하는 목장인데 내부를 보기좋게 꾸며 놓았고 공연도 하는 곳이었다.
노던 호스파크를 나와 근처 우토나이 호수에 들렀다. 근처에 철새들을 관찰 할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어서 앉아서 몸을 녹이고 천천히 구경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와중 뜬금없는 교통정체에 휘말렸다. 알고 보니 시코쓰호 페리 탑승장에서 저녁에 축제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로가 2차선이라 정말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힘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