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2일차 - 본격적인 눈길 주행
홋카이도의 식당들은 대부분 오전 10시 이후에 문을 연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 여행 계획을 세웠다.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그런 행동이 멋진 풍경을 보는 보상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절반 정도는 섣부른 계획으로 비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정말 필요할 때 빼고는 아침을 여유있게 보내곤 한다. 숙소 안에서도 시설을 이용한다거나 안내문을 읽다 보면 모르는 것도 알게 되고 행사도 참여할 수 있게 되는 등 재미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시코쓰호 먼저 들르기로 했다.
여긴 원래 여름에 시코쓰호 페리를 탈 수 있는 부둣가인데 겨울이어서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 얼음 조각 축제를 하고 있었는데. 굳이 보고 싶지 않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곳까지만 들어갔다 나왔다.
점심을 떼우러 시코쓰호의 북동쪽 산 너머에 있는 치토세로 향했다. 지방도로라 전혀 제설이 되어있지 않은 눈길이었는데 스노우타이어라 전혀 미끄러지거나 하는 등의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 오히려 현지 사람들은 나보다 더 빠르게 차를 몰았고 운전에 있어 중요한 것은 흐름을 깨트리지 않아야 하는것이라 생각했던 나도 그 흐름에 끼어들었다. 물론 과속을 심각하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도로는 2차선이지만 중간중간 차를 잠깐 대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그런 공간이 나올때 마다 차를 잠깐 대놓고 카메라를 꺼내 풍경들을 담았다.
난 관광지 주변 알려진 음식점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재미도 없고 생각보다 맛도 기대만큼이 아니었던 것이 그 이유이다. 불필요한 고집일지 모르겠으나 한글 메뉴판이 별로 달갑지 않다.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겨우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이지만 메뉴판을 보고 더듬더듬 메뉴를 고르고 주문을 잘 했을때 더 보람있고 기억에 남는다. 치토세시에 있는 르타오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유명해서 카페베네만큼 오타루 시내를 차지하고 있던 브랜드라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조용하고 맛도 좋았다.
오믈렛과 치즈 케이크를 시켰는데 역시나 너무 맛있었다. 오른쪽 그릇에 장국을 주었는데 은근 잘 어울렸다. 디저트 가게가 점심식사까지 제공하니까 하나도 부족할 것이 없어 보였다. 점심은 그냥 여기 오면 될듯. 식사를 마치고 근처에 있는 ‘노던 호스파크’ 란 곳을 찾았다. 말을 사육하는 목장인데 내부를 보기좋게 꾸며 놓았고 공연도 하는 곳이었다.
노던 호스파크를 나와 근처 우토나이 호수에 들렀다. 근처에 철새들을 관찰 할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어서 앉아서 몸을 녹이고 천천히 구경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와중 뜬금없는 교통정체에 휘말렸다. 알고 보니 시코쓰호 페리 탑승장에서 저녁에 축제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로가 2차선이라 정말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힘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