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2일차 - 비에이
아사히카와 역의 무인양품에서 목토시와 목도리를 추가로 구입하고 차를 렌트했다. 스노우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고 여타 다른 점은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보험은 역시 비싸더라도 좋은 옵션을 선택했고 짐을 실은 후 출발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바로 마일드세븐 언덕이었다. 일본 마일드세븐 TV CF에 등장해서 유명해진 명소라 했다.
일단 비에이 내의 명소들은 따로 주차장이 없었다. 사실 위에 보이는 사진의 설원이 원래는 다 개인 소유의 농지이고 눈이 치워진 도로가 좁게 가로지르는 형태이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길 폭이 좁지는 않아 짧은 시간 정도는 갓길 주차를 하고 구경할 수 있었다.
모든 명소들이 다 개인 소유의 농지이다. 근데 들어가려는 시도를 하는 사람이 많아 일부 명소의 경우 나무를 베어버리기까지 하는 불상사도 있었다고 한다. 근처 식당이나 편의 시설에도 그런곳에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가 있는데 말이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깊게 들어가기가 불가능하기도 했다. 길이 나 있지 않은 곳으로 가려 했다가는 무릎까지 오는 부츠를 신지 않으면 신발이 다 젖었다.
비에이시는 도심과는 거리가 먼 마을의 느낌이다.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고 주택이 대부분이었다. 토요일이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거니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차도 많이 다니지 않아서 동생에게 부탁해 안전을 확보한 후 도로 가운데서 몇 장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우린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비에이 역 바로 앞에 있는 음식점을 찾았다. 오랫동안 운영한 분식집 같은 느낌이었는데 여기서 돈가스 정식, 치킨가스 정식 그리고 무알콜 맥주 2병을 주문했다. 맛은 말할 필요도 없이 대단했고 동생은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을 연발하기 시작했다.
무알콜 맥주는 조금 요구르트같은 맛이 나서 실망했지만 운전을 해야 했기에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원래 아침일찍 나올 수 없을 것이라 예상해 9시 열차를 탈 것이라 예상했고 렌트를 13시 이후에 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사히카와 역에 도착했을 땐 오전 10시였고 생각보다 일찍 렌트를 해서 시간이 많이 남은 상태였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행 계획을 잡았고 거리가 있어 포기했던 흰수염폭포에 가기로 했다. 비에이에서 흰수염폭포로 가는 길은 30분이 소요되었고 그 중 20분동안은 직진이었다. 추위와 따듯함으로 담금질이 되다 보니 졸음이 오기 시작했고 나는 동생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잠을 깨웠다.
흰수염 폭포를 볼 수 있는 다리를 건너면 산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계단이 있다. 이 계단을 끝까지 올라가면 건물이 하나 나오는데 이 건물은 지진활동으로 인한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센터였다. 사실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는 그 건물에서 화장실을 이용한 후 다시 계단을 내려가려고 하며 주위를 둘러볼 때 알았다. 바로 활화산이 눈 앞에 있었던 것이다.
눈으로 덮인 산에서 화산 연기가 나는 광경을 봤을 때 신비로우면서도 미세한 두려움이 느껴졌다. 땅이 넗어 여러 자연환경을 접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하는 측면에서 내가 살고 있는 나라보다 무언가 경험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홋카이도 1일차 - 삿포로 ~ 오타루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내 첫 여행을 떠올렸다. 나의 첫 여행은 출국부터 귀국까지 모든 것이 새로웠고 내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되었지만 기록이 부족하다 보니 아쉬웠었다. 내 동생은 이번 여행이 첫 해외 여행이었기 때문에 그 모습을 잘 담는다면 간접적으로라도 나의 그 당시 기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의 내 촬영 컨셉은 '첫 해외 여행'이었다.
특히 내가 가지고 있는 아카이브 저널의 Life is a Journal 사진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사진집엔 이탈리아의 화가 가브리엘레 스코토라티와 함께 여행하며 그의 모습들을 곁에서 담았는데. 마찬가지로 나도 동생의 첫 여행의 설렘을 담아보고자 노력했다. 잘 안담겼는가? 상관없다. 나는 취미사진가이기 때문에!
공항에서 3종류의 교통편을 위한 티켓을 구입했다. 첫번째는 '홋카이도 패스 3일권' 홋카이도 전역의 JR을 3일간 이용할 수 있다. 두번째는 '삿포로-오타루 웰컴패스' 삿포로-오타루 구간은 JR이 아닌 구간이 있어 별도로 티켓을 판다. 따라서 해당 티켓과 삿포로 시내 전철 1일권이 포함된 이 티켓을 구입했다. 세번째는 공항에서 삿포로 시내로 가는 편도 기차 티켓.
3일권은 오늘 구입해도 사용을 시작한 날짜 기준으로 3일을 계산하기 때문에 미리 구입해도 된다.
신치토세 공항의 날씨는 너무 좋았지만 삿포로로 들어설 때 갑자기 날씨가 바뀌었다.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야했는데 카메라가 방진방적을 지원하지 않아 심히 걱정되었다. 근처 Loft 에서 작고 가벼운 우산을 하나씩 구입했다.
상황이 어떻든 도시의 정취를 느끼고 싶기도 했고. Airbnb로 예약한 숙소가 JR삿포로 역 근처라 전철 1일권은 사용하지 않기로 한다. 걸어서 이동했다.
캔버스 재질인 내 카메라 가방이 젖기 시작했고 지하 보도가 있다는 정보를 토대로 입구를 찾아 들어갔다. JR삿포로부터의 큰 대로들은 전부 대규모 지하보도가 있어서 지하보도로 목적지 근처까지 갈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예약한 Airbnb 숙소들은 전부 체크인 시간이 15시 이후 여서 근처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Tripadvisor에서 저렴한 스테이크 집을 찾아 근처 쇼핑센터로 들어갔다. 근데 식당은 건물에 연결되어 있지 않았고 밖으로 나가 건물 뒤로 돌아서 도착했다. 간단하게 추천메뉴 2개를 주문했고 삿포로 생맥주와 함께 흡입했다.
식사를 끝내고 나니 눈이 그치고 있었다. 계산하고 밖에 나와 숙소로 향했다. 걷는 도중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알려준 가게를 발견했다. 사실 우리가 밥을 먹은 곳은 다른곳이었다. 음식이 맛있어서 다행이었다.
숙소 체크인 후 바로 오타루로 가기 위해 JR삿포로 역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삿포로-오타루' 웰컴 패스에 포함된 왕복 티켓을 사용했다.
기찻길이 해안을 따라 놓여 있어 창 밖 풍경은 장관이었다. 열차 안은 난방이 정말 잘 되어 있었다. 옷을 무리하게 껴입으면 상당히 고생할 뻔 했다. 짐이 무겁고 출국과 걸어서 이동했던 스트레스가 쌓여 숙면을 취해 바깥을 구경은 잠시 뿐이었다.
첫째날에는 관광을 하며 방한부츠를 구입해야 했다.. 둘째날엔 비에이를 가기 때문이었고 삿포로 역에서도 둘러봤는데 남자용은 파는 곳이 없었다. 다행히 오타루에서 좋은 신발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관광이 조금 늦어졌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바닷가 마을이라 그런지 강풍이 계속 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추워졌다. 촬영용 장갑을 가져가지 않았다면 사진을 원하는 만큼 찍지 못했을거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쌓여있던 눈들이 흩날렸고 가끔 멋있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다만 너무 추워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어서 찍지 못해 조금 아쉽기도 했다.
Tripadvisor로 찾은 근처 카이센동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1, 2호점이 있다고 했는데 도저히 2호점을 찾아다닐 수 없어서 상당히 비좁은 1호점이라도 들어갔다.
밥은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이 시점 이후로 내 동생은 '내가 한국에서 먹었던거는...' 을 입에 달고 살게 되었다.
늦은 시간이라 오르골당이 문을 닫았다. 간단하게 사진을 찍고 바로 삿포로의 숙소로 귀가했다. 조금 늦어서 많은 것을 볼 수 없었지만 뭐 내맘대로 되는게 어디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