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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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정 가운데에 있는 물체가 무엇인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쓰레기가 쌓여있는 부유물? 정도로만 보인다. 현상을 끝내고 필름을 확인할 때 나는 실수로 생긴 스크래치인줄 알았다. 그 물체가 별로 아름다워보이지 않아 관심이 없지만, 만약 사진에 잘 어울리고 아름다웠다면 '저게 뭐지?' 라는 궁금증이 생겼을 것이다.

이름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우리의 관념에서 가장 당연한 것이면서 또 아니기도 한 것이 이름이다. 나는 1년전에 하던 게임에서 이 개념을 깨달았다. 폴란드의 판타지 소설 더 위쳐에서 어떤 괴물을 무찌를 때 그 괴물의 이름을 계속해서 외치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름에는 상대를 구속하는 마법적인 힘이 있다고 해서였다. 사실 게임에서 그 문구를 보자마자 사회 초년생일때의 내가 떠올랐다.

4년전 두 번째로 다니던 회사에서 처음으로 내 이름을 성을 포함해 큰소리로 불렸다. 그 외침의 앞에는 '야' 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 당시 사회경험이 부족했던 나는 그런 상황에서 심장이 두근대곤 했는데 그날 그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멎을 만큼 심하게 두근거렸다. 갑자기 몸이 경직되고 떨리기 시작했다. 이름을 불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일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역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되는가보다.

어떠한 문제에 대해 해결한 방법을 정리한 것을 일반적으로 '패턴'이라고 한다. 패턴에 대한 책을 보면 먼저 현상의 '이름'을 소개하고 현상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그 해법 순서로 풀어나간다. 여기서도 어떠한 현상에 '이름'을 붙여 정리하고 있다. 무시할 것이 아닌 점은. 어떠한 것의 이름을 안다는 것은 예측과 예방을 가능하게 하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름을 붙이는건 생각보다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고심끝에 정한 이름이라도 이미 적합한 이름이 만들어져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내 직장에서 업무상 무언가의 이름을 정할때 팀 사람들과 한시간 이상 논의하기도 한다. 또 내가 올해 2/1에 걸린줄 알았던 '식중독 증세'는 사실 '장염' 이었다. 의사는 장염이란 이름으로 내 병명을 판단하고 빠르게 약을 처방해 주었다.

그런 관점에서 어떠한 현상에 대한 이름을 천천히 되짚어보면 그 표현력에 놀라곤 한다. 왠지 모르겠지만 지금 떠오르는 단어는 '썸' 이 있는데 타인과의 관계가 친구와 연인의 중간 어디쯤일 때의 상황을 가르키는 말이다. 이 단어를 모르면 사람마다 긴 설명을 하고 이해해야 서로 소통할 수 있을텐데, 우린 '썸'이라는 1글자의 단어로 빠르게 소통하고 있다.

논점에서 벗어난 내용이긴 하지만. 개인 블로그니까 상관없으리라 본다. 개인적으로 '주말'을 만든 사람은 천재라고 생각한다. 길지도 짧지도 않으며 반복적으로 휴식 시간을 준다는 개념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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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주말을 어떻게 보내고 있었을까? 어떤 이름으로 불렀을까? 다른 형태로 휴일을 썼을까? 아니면 아예 쉬지 못하고 있을수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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